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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강론

나를 창조하신 하느님 /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낮 미사

간혹 청년들한테 아기가 태어났다고 소식과 사진을 보내옵니다.

아기 표정은 비록 울상이지만, 아기 아빠 엄마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못하기에, 상상으로만 얼마나 기쁠까를 떠올려 봅니다. 하지만 함께 기뻐할 수는 있습니다.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 탄생 또한 이러한 기쁨의 순간이었을 것이고, 오늘 우리는 그분의 탄생을 기뻐하며 오늘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세례자 요한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입니다. 그는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이스라엘 온 백성에게 회개의 세례를 미리 선포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명을 다 마칠 무렵에는 다음과 같이 유명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따라서 세례자 요한은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길을 준비한 인물’

 

그런데 저는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러한 세례자 요한의 역할보다는 그의 탄생에 머물러 보았습니다. 오늘 말씀들이 예언자의 탄생의 시작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가 주님께 어떻게 부름을 받았는지를 담담하게 선포합니다. 마치 신뢰 가득한 부모와 자식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이름을 지어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자신을 예언자로 키워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사야 예언자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고 하면서 주님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신뢰를 돌립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는 사명을 주며, 더불어 민족들의 빛으로 세웁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 역시 주님의 손길이 이어집니다.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가 베풀어지고, 그의 아버지 즈카르야는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 세례자 요한만이 아니라, 우리 역시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제 오장육부를 만드시고, 어미 배 속에서 저를 엮으셨나이다.

제 영혼이 잘 아니이다. 제가 남몰래 만들어질 때, 땅속 깊은 곳에서 짜일 때, 제 뼛속까지 당신께 드러났나이다.

당신은 저를 살펴보시고 잘 아시나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은 저를 아시고, 멀리서도 제 생각 알아차리시나이다. 길을 가도 누워 있어도 헤아리시니, 당신은 저의 길 모두 아시나이다.”

그분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다시 한 번 느끼고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