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저는 무더위 보다는 장마철이 기분상 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신자 여러분은 요즘 컨디션이 어떠하신가요?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비가 오니 동네 공기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는 ‘큰 풍랑’으로 배 안에 있는 제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제자들이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강풍이 부는 상황 같습니다. 만약 배가 뒤집어지고 물에 빠진다면 아무리 뱃사람이라고 해도 목숨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보다 주먹이 우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의 의미는 폭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편하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조금 비틀어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말보다 목숨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목숨보다 믿음이 우선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묵상한 이유는 이러합니다.
마태오 복음 5-7장은 산상설교였습니다. 말씀으로 예수님의 권위를 드러낸 부분이지요. 그런데 제자들 입장에서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큰 풍랑’이라는 위험이 닥치니깐 그들은 자동적으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바로 이렇게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1초의 고민도 없이, 예수님을 하느님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쩌면 그들의 믿음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하느님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피부로 느끼고 깨우쳐 주시기 위해서 일부러 주무시는 척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묵상해 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도 너무 피곤하시지 않는 이상 그처럼 위기상황에서 주무시고 계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청에 기다리셨다는 듯이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들에게 있어서는 말보다 목숨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고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고백은 믿음이 ‘없는’ 고백이었던 거죠. 그들은 믿고 예수님께 청한 게 아니라, 그저 습관적으로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 누구라도 붙잡은 거라 하겠습니다. 믿음 없이 말이죠. 다시 말하자면, 하느님이어서 살려달라기 보다는 단순히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말씀보다 목숨이 우선이었던 것입니다. 말씀으로는 아직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깨닫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마치 매일 말씀을 듣고도 주님을 의심하며 믿음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태도를 질책하시면서 그 부분을 꾸짖으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목숨보다 주님을 향한 믿음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꼭 기적을 보고 느껴야만, 꼭 위기를 주님의 손으로 극복해야만,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조건부로 믿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말씀해 주시고, 보여주시고, 사랑해 주신 예수님을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믿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