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적으로 오늘부터 거룩한 주간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예루살렘 입성이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예수님께서는 3년 간의 공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러 그곳에 가신다. 하느님의 때가 온 것이다. 수난과 죽음으로 인간의 죄를 짊어지기 위한 여정의 시간이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심신의 피로도가 쌓여만 간다. 묵묵히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제 신자 없이 사순 시기를 보내고 성주간 맞이하고, 신자 없이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려 한다. 목자 없는 양 떼가 아니라, 양 떼 없는 목자다. 더 나아가 어쩌면 목자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시간까지 왔다. 이렇게 비유하면 불경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비슷하다. 아버지 하느님이 안 계신 것과 같은, 신성이 드러나지 않는 시간. 이번 성주간은 소위 '주님의 부재'처럼, '신자들의 부재'를 느끼며 지내는 시간일 것 같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33년 간의 마침이 죽음이 아니라 부활이듯이, 이 시기의 끝은 분명 주님의 사랑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다시 만날 신자들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성주간이 될 수 있도록 주님 뒤를 인내하며 천천히 따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