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일반적으로 하느님을 쫓고, 하느님 안에 머무는 이들은 그 영향 하에서 변화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저희가 만나는 창세기의 '꿈쟁이' 요셉 이야기에서 이런 면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1.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을 밝히다
꿈 해설로 이집트의 재상이 된 요셉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형들과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요셉은 형들인 줄 알고 있었지만, 형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에서 보면, 요셉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창세 45,4ㄴ-5)
2. 하느님의 섭리와 요셉의 성숙
최근에 연쇄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그가 만일 저라면 어떠한 심정이었을까를 생각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오늘 저희가 만나 요셉 또한 그러한 기구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노예살이와 억울한 감옥살이 3년을 보냈지만, 그는 하느님을 붙들고 살았던 것입니다.
물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긴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그런 상황에서 하느님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팔아넘긴 원수 같은 형들을 '용서'해 주며, 하느님께서 이렇게 준비해 주신 것에 찬미를 드립니다.
요셉은 인내의 표양이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하느님의 섭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믿음이 자리했기에 그는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3. 하느님의 섭리와 형들의 성숙
그런데 하느님의 섭리는 요셉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그분을 믿는 형제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이제 형들은 예전에 요셉을 팔아넘길 때의 시기와 질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넷째 형 유다는 이제 요셉을 편애했던 아버지 야곱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막내 동생 벤야민의 자루에서 요셉의 은잔이 나왔을 때, 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자신이 대신 노예가 되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 마음이 오늘 독서에서처럼 요셉에게 호소하며 자비를 청하고 있습니다.
"오늘 유다가 이렇게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사랑하는 자식을 잃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다는 결혼해서 아들 셋을 두었는데 그 아이들이 그에게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신앙의 인간 요셉》
이제 형제들은 이전과 달리, 아버지와 형제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4. 하느님 섭리에 대한 우리의 자세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열두 사도를 파견하시면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마태 10,14-15)
요셉 이야기를 보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니, 이렇게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구원해 주시겠지.'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것 맞지만, 인간의 응답이 없는 자동 구원은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성조들의 이야기는 나쁜 짓을 해도 언젠가는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가 아니라,
회개하고 아버지께 돌아오라는 말씀을 전 생애를 담아서 호소하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아직 시간이 많으니, 좀만 더 있다가 주님께 가야지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무렇게 살아도 된다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나쁜 일이 나에게 발생해도
주님의 말씀을 저버리지 않고 그분의 섭리에 맡기고 충실히 살아가야 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산다면 우리 또한 요셉과 그 형제들처럼, 사도들처럼 성숙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참조: 송봉모, [신앙의 인간 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