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강론

사순 제4주간 화요일

제1독서 : 에제 47,1-9.12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에 대한 환시

 

복음 : 요한 5,1-16

안식일에 벳자타 병자를 고쳐주시는 예수님


아무런 생각 없이 유명하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면, 그 작품의 세계관에서는 악이 지배할 때 오염된 세상을 보여줍니다.  오염된 세상은 악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선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게 되면 자연은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2시간 정도 짧은 시간에 그 내용을 담으려고 하였기에, 변하는 속도가 순식간이어서, 이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악을 물리치면 금방 새 깨끗한 세상이 오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한번 오염된 자연은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는 에제키엘 예언서 중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에 대한 환시'입니다. 이는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유배를 겪고 있지만 해방되어 성전을 재건하고 거기서 주님의 은총이 다시 흘러나와 풍요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예언입니다. 오늘 대목에서 보면, 생명의 물이 성전에서 흘러나와 넘치고 강을 이루고 바닷물이 됩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나무가 자라나고 온갖 생물이 살아나게 됩니다. 황폐해졌던 땅이 비옥해지고, 과일이 끊이지 않고 잎이 시들지 않게 됩니다. 

 

한편,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벳자타 못가에 있던 어떤 병자를 고쳐주시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그 병자는 사연이 기구합니다. 서른열덟 해나 앓는 사람이었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못가에 넣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른여덟 해 동안이었습니다. 코로나 19로 1년에서 2년까지 기다리면서 지친 우리를 생각하면 이 기간은 실로 긴 기간이며, 한 사람의 삶 전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병을 고쳐주십니다. 안식일에 일종에 일(?)을 하신 예수님께서 율법에 의하면 자신의 목숨과 바꾼 행위를 하신 것입니다. 벗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친 행위였던 것입니다. 16절에 보면, 이 일로 유다인들은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했다고 전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흔히 용서를 청하는 것까지는 생각합니다. 물론 끝까지 용서를 빌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논외로 두고 잘못한 뒤에 용서를 청하면 관계가 금방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안과 경중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히려 한번 한 잘못이 개인적으로 평생 갈 때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몇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고, 회복이 되려면 정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하나의 잘못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과 피조물이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잘못이 계속 쌓여서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연 같은 경우 그것을 돌리는 데에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청하는 것과 더불어 그 뒤에 일어날 일까지 책임지겠다는 것, 그리고 잘못이 아닌 선을 행하는 쪽으로 나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아와 기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과 기도를 하며, 내 주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