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창세 4,1-15.25
카인은 하느님께서 자신의 제물을 굽어보지 않는다고 믿고 몹시 화를 내며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하느님께 혼이 난다.
그리고 카인은 아우 아벨에게 덤벼들어 그를 죽였다.
하느님은 그에게 벌을 내리고 '표'를 찍어서 죽지 않게 보호해 주셨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에게서 다른 자식인 '셋'이 태어난다.
복음 : 마르 8,11-13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통탄하시면서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라 말씀하신다.
창세기와 오늘 복음에서 각각 이런 물음이 생긴다.
1. 6~7절 보면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왜 저렇게 말씀하셨을까?
주님께서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화를 내고, 어찌하여 얼굴을 떨어뜨리느냐?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너는 그 죄악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
2.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1번의 경우 나라면 이렇게 카인에게 말할 것 같다. "어떤 점이 너의 마음을 힘들 게 하느냐?" 창세기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고 난 뒤의 하느님의 반응(어조)이 오늘과 비슷하다. 만약 하느님께서 카인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하셨다면, 카인이 아우 동생을 죽이는 큰 화를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2번의 경우는 나는 예수님께서도 사람으로 내려오신 이상, 소위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정말 메시아인지, 아닌지 말이다. 사람이 누구나 믿어야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가령, 자신이 '재림 예수'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시에 메시아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은 필수라고 여겨진다. 소위 공신력이 있는 유다 종교 지도층에서는 이 역할을 해야 했다. 다만 당시 지도층이 부패했었는지, 성경에 나오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예수님을 메시아가 아닌 것에 의견을 모은 것 같다.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표징이 차고 넘치는데도 그들은 그 모든 것을 '자신들만의 율법'이라는 틀로 판단하고 그분에게 마음속으로 사형선고를 내리게 된다. 검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검증 과정을 겪으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치부(완고함)가 드러났으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신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은 보고 듣고 하여도 요지부동이었고, 계속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뒷북을 치는 것'을 넘어,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서 기적을 일으킨다고 무리수를 두기에 이른다.
1번과 2번을 물음을 정리하면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이 하느님(대상)을 어떤 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카인이 하느님의 태도를 정말로 성경에 나온대로 받아들였다면, 그 화가 아우에게 분명 어떤 식으로든 전달되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처음부터 좋지 않게 생각하고 다가갔다면, 어떤 표징을 보아도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화답송에 오늘 독서에 대한 응답이 나온다.
○ 어찌하여 내 계명을 늘어놓으며, 내 계약을 너의 입에 담느냐? 너는 훈계를 싫어하고, 내 말을 뒷전으로 팽개치지 않느냐? ◎
○ 너는 앉아서 네 형제를 헐뜯고, 네 친형제에게 모욕을 준다. 네가 이런 짓들 저질러도 잠자코 있었더니, 내가 너와 똑같은 줄 아는구나. 나는 너를 벌하리라. 너의 행실 네 눈앞에 펼쳐 놓으리라. ◎
분명 카인은 이유가 어떠했든 잘못을 했다. 바리사이들은 선입견과 나쁜 생각과 마음이라는 측면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둘 다 사람에게 잘못을 하였다. 그리고 간과한 게 있는데 하느님께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은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시편에서처럼 하느님과 자신이 똑같은 줄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은 각각 이들에게 이렇게 대하셨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라며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다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에게 이와 비슷하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지금 자기네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