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욥기의 말씀입니다. 1,6-22
6 하루는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여 와 주님 앞에 섰다. 사탄도 그들과 함께 왔다.
7 주님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
사탄이 주님께 “땅을 여기저기 두루 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8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종 욥을 눈여겨보았느냐?
그와 같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 없다.”
9 이에 사탄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
10 당신께서 몸소 그와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를
사방으로 울타리 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손이 하는 일에 복을 내리셔서, 그의 재산이 땅 위에 넘쳐 나지 않습니까?
11 그렇지만 당신께서 손을 펴시어 그의 모든 소유를 쳐 보십시오.
그는 틀림없이 당신을 눈앞에서 저주할 것입니다.”
12 그러자 주님께서 사탄에게 이르셨다.
“좋다, 그의 모든 소유를 네 손에 넘긴다. 다만 그에게는 손을 대지 마라.”
이에 사탄은 주님 앞에서 물러갔다.
13 하루는 욥의 아들딸들이 맏형 집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14 그런데 심부름꾼 하나가 욥에게 와서 아뢰었다.
“소들은 밭을 갈고 암나귀들은 그 부근에서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15 그런데 스바인들이 들이닥쳐 그것들을 약탈하고 머슴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6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하느님의 불이 하늘에서 떨어져 양 떼와 머슴들을 불살라 버렸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7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칼데아인들이 세 무리를 지어 낙타들을 덮쳐 약탈하고
머슴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8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나리의 아드님들과 따님들이 큰아드님 댁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습니다.
19 그런데 사막 건너편에서 큰 바람이 불어와 그 집 네 모서리를 치자,
자제분들 위로 집이 무너져 내려 모두 죽었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20 그러자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땅에 엎드려 21 말하였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22 이 모든 일을 당하고도 욥은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께 부당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욥의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픽션처럼 느껴진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말은 욥의 상황이 아니라, 욥이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사탄의 다음의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
나는 과연 하느님을 까닭 없이 경외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물론 처음에는 까닭 없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여러 까닭이 생겼다.
여러 까닭들은 어느 순간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유가 되었다.
물론 이런 전제가 있다.
"너는 나의 종 욥을 눈여겨보았느냐?
그와 같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 없다.”
그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휴~.
성숙한 신앙인은 “내 몸에 가시”(2코린 12, 7)와 같은 사탄의 유혹과 악의 실재는 어쩔 수 없이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나약한 우리들의 처지를 비관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허영과 교만에 빠진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시어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손길이라고 여긴다. 또한 세상의 악의 실재들을 사탄과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단순한 논리를 벗어나, 우리에게 선사된 하느님의 자유가 시간 속에 제한되어 맞을 수밖에 없는 죽음과 고통의 현실이라고 여길 줄 안다. 그것은 마치 욥이 고통의 문제를 죄와 악의 결과로 보지 않고, 인간 본성에 심겨진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지 않으면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우리들의 본성적인 결함과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