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천주교 가정에 자랐습니다.
하지만 성당보다는 다른 데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신앙보다 다른 데에 더 관심이 많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억지로 성당을 다녔던 거죠.
그러면서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신앙이라는 것을 무엇일까?
단순히 마음 속으로 믿기만 하며 되는 것인가?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을 했고, 그때 저에게 전교를 하러 온 개신교 선배를 만나게 됩니다.
그 선배는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저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으면, 행동은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만큼 저에게 있어 믿음이란 늘 고민거리였습니다.
나중에 신학을 배우면서 이 부분이 의화론과 관련된 문제이며 천주교와 개신교가 이 문제로 1999년에 합동선언을 하게 되었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어떤 공로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에 대한 믿음 안에서, 오로지 은총에 의해, 우리는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우리를 선행으로 준비시키고 부르시면서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을 받게 된다.”(의화 교리에 관한 합동선언, 1999, 15항)
합동선언문은 부속문에서, 의화는 “오로지 은총에 의해서만”(15-16항), 오직 신앙에 의해서만 발생하고 인간은 “행위와 상관없이”(로마 3,28; 참조: 선언문 25항) 의화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천에 관해서는 “이 은총을 헛되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는 것이 의화된 이들의 책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은총의 보존”(38, 39항)과 연관된다고 설명한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가 장황하게 믿음과 관련해서 말씀 드린 이유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혈루증을 앓는 여자에게 이렇게 이르셨기 때문입니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이때 여인의 믿음이란 복음에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그런데 그 여인은 믿은 대로 예수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자마자 구원받지 않고, 그 이후 예수님의 말씀으로 구원받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우리의 신앙 상태도 아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의지에 의해서 믿음이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은 진리이지만, 잘못된 믿음, 곧 은총에 따른 행동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참믿음과는 거리가 먼 믿음이라 하겠습니다.
복음에서 여인의 믿음의 발로는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댄 행동입니다. 믿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행동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구원의 완성을 향해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