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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강론

연중 제9주간 목요일 강론

<세상의 주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1907년에 로버트 휴 벤슨이라는 사제이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추천한 책입니다. <1984>,<멋진 신세계>, <나니아 연대기>에 큰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책의 내용은 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 미래는 주후 2000년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전입니다. 소설은 미래 세상이 암울하게 변해있을 것을 말합니다. 소설의 결론은 동서방 그리스도교가 전 세계 대통령에 의해 사라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속 미래는 전 세계가 통합이 되고 단일체제로 나아가게 됩니다. 대다수의 인류는 인본주의를 추종하게 되고 인간이 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신이 없어도 인간끼리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세계 대통령이 되면서, ‘평화’ ‘화합’ ‘통합’을 가치로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습니다. 그리고 신 대신에 신을 믿는 이들을 무력으로 없애면서, 평화를 이룩하게 됩니다.

 

과거에 인간이 신의 자리를 차지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왕정 체제라고 합니다. 또는 유물론이나 공산주의처럼 신을 부정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의 자리를 없애거나 인간이 대신한 경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신이라는 절대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세계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무력으로 세계 평화를 이룩합니다. 이는 모두가 납득하는 ‘평화’가 아닌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드린 것은 오늘 복음에서 두 계명에 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두 계명을 예수님께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인간은 인간과 관계를 맺지만, 하느님과도 관계를 맺는 존재입니다. 이 둘 중 한 쪽만 관계를 맺게 되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신을 부정하고 인간하고만 관계를 맺으며, 소설과 같은 모순적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반대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면 이 역시 종교전쟁처럼 분열을 야기합니다.

 

오늘 독서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신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설전을 벌이지 말라고 하느님 앞에서 엄숙히 경고하십시오. 그런 짓은 아무런 이득 없이, 듣는 이들에게 해를 끼칠 따름입니다.”(2티모 2,14)

저는 이러한 자세가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제대로 따르는 거라 생각합니다. 신앙인인 우리가 언제나 성실하시고 언제나 자비로우시고, 언제나 선하신 하느님을 믿고, 이웃에게 그분을 부끄럼 없이 전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면, 예수님께서 율법 학자에 한 답변을 듣게 될지 모릅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