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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말씀묵상

부활과 식사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다. 동시에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이며 희망이다. 예수님께서 죽음과 악의 세력을 이겨 내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활 전례를 하고 나면 늘 고민이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은 공감이 가지만, 부활은 상상 이상이라 소위 감이 오지 않는다. 부활이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실제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어도 그러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감성상 크리스마스가 더 감동적이고,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더 현실성이 있기에 부활 사건에 비하면 성탄과 사순이 더 느낌이 오는지 모르겠다. 부활은 아무리 해도 그런 느낌이 아닌 것이다. 부활은 소생하고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부활은 아팠다가 다시 나은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러기에 부활은 감이 오지 않는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기에 기뻐하는 것도 희망하는 것도 두리뭉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도행전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사도 10, 41) 부활이 무엇가 대단한 거로 생각할 수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과 먹고 마셨다. 분명 그분께서는 안 드셔도 되고, 안 마셔도 된다. 그런데 부활하신 뒤에 굳이 먹고 마셨다. 혼자 드셔도 되셨는데, 함께 드셨다.

 

나는 이 대목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활의 의미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먹고 마시는 거는 누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누구와 먹고 마시는 것이 차이점이다. 부활은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는 거다.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시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 거다. 그러므로 부활의 삶은 그것을 생활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소름 돋을 정도인 게, '성찬례' 곧 '미사'다.  

 

"주일이 한 주간의 절정이듯, 주님 부활 대축일은 전레주년의 절정이다." 고로 부활은 기쁨이며 희망이다.

 

주님의 부활이 감이 오지 않았는데, 감각적인 것에서부터(현실적인 것에서부터) 물음을 던져보니, 부활은 나의 생명과 밀접했고, 나의 갈증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부활의 의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감각 이상으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주님과 함께 제대로 먹고 마시는 것부터 충실하게 하면서 찾아봐야겠다.

 

Photo by Dessy Dimcheva on Unsplash

Photo by  Dessy Dimchev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