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하늘 끝에 가니 다섯 기둥이 있었고 거기에 자신이 다녀갔다는 글을 썼다고 합니다. 다섯 기둥은 부처님 손바닥이었던 것입니다. 이 속담은 불교의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위의 속담에서 '부처님'을 '하느님'으로 변경하면 그리스도교 세계관이 됩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셨으며, 우리는 그 세상에서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진 존재로 살아갑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하느님의 계획대로,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도록 인간은 창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의 창조설화에서 보듯이, 인간은 불행하게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않지 않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 자기 멋대로 살려고 하는 경향 또는 태도들을 보이며, 하느님과는 멀어지려 합니다. 이는 인간에게 죽음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살아도 산 게 아닌 것이죠. 왜냐하면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 세상을 다스리시고 당신을 찬미하고 영혼 구원을 통해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인데,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을 거부했다는 것은 달리 방도가 없는 상태 곧 영원한 죽음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 기도를 바치십니다. 그런데 3절을 보면,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인지를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쓴 <나자렛 예수2>라는 책을 보면,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마치 현재의 삶은 덧없이 지나가고 영원한 삶이 아닌 양, '영원한 생명'은 현대의 독자가 생각하듯이 죽음 이후에나 오는 삶이 아니다. '영원한 생명'은 생명 자체로서, 현세에서도 살 수 있으며 물리적 죽음을 통해 더 이상 위협받지 않는 참된 삶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지금 '생명'을, 그 무엇이나 누구를 통해서도 더 이상 파괴될 수 없는 참된 생명을 붙잡는 것, 바로 이것이 문제다."(112쪽)
"영원한 생명이란 관계의 문제다."(114쪽)
"...... 인간은 자신을 생명 자체이신 분께 매어둘 때 생명을 얻는다. 그러고 나면 그에게 속해 있던 많은 것이 소멸될 수 있다. 죽음이 그를 물리적 생명의 영역에서 몰라낼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생명, 참된 생명은 남는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과의 관계, 그것이 죽음도 빼앗을 수 없는 생명을 준다."(114쪽)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현재 그리스도의 강생과 부활을 믿으며 세례로 영원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손바닥 안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다만 그걸 잊고 손오공 마냥 천방지축으로 살며, '이것봐 내가 우주 끝까지 가 보았지만 하느님은 안 계시지 않아.',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을 때 하느님께 기도했는데, 그분은 어디에 계셨지?'라고 비아냥 거리거나 생명 차제이신 하느님께 의심을 품지 않았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 저자
- 요제프 라칭거
- 출판
- 바오로딸
- 출판일
- 201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