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 5,21-33 : 둘이 한 몸을 이룸은 큰 신비.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
루카 13,18-21 : 겨자씨는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 찬미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날씨가 제법 쌀쌀해 지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어제 저녁 먹으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를 보았습니다. 어제 주인공 중 한명은 ‘지리산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가진 ‘김요섭’ 씨였습니다. 지리산은 두 번을 가 보았고 천왕봉은 한번 가 보았던 저로서는 흥미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2박 3일 걸려서 등반을 하였는데, 그분은 하루에 두 번 천왕봉을 올라갔다 내려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맨 끝에는 무려 9시간 만에 세 번 왕복을 하였습니다.
이분의 직업은 김해시의 한 쌀가게를 27년째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산을 오르게 된 계기가 일을 하느라 앞만 보며 살다가 어느 날 산에 올라갔더니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산을 타기 시작했고, 새벽부터 오전에 산을 타고, 이후에는 쌀 배달을 하고, 심지어 교회 일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현재 나이는 64세라고 합니다.
TV를 보면서,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첫째는 산에 가는 게 즐거우면서 기록을 단축하는 게 재미있다고 한 점입니다. 둘째는 85세까지 지리산을 3000회 오르겠다는 목표였습니다.
과거 아침부터 새벽까지 배달만 하며 사셨던 김요섭 씨는 부지런히 사셨지만, 산에 오르면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듯 보입니다. 자신을 더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으면서 활기있게 해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목표와 도전까지 생겼고 그런 것을 통해 인생을 더 기쁘게 살아가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신앙생활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세례를 통해서 죄의 종살이의 삶을 끊고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하느님 백성으로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마치 김요섭 씨가 처음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변화와 비슷합니다.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하느님과 새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복음의 비유에서처럼, 겨자씨나 누룩처럼 나의 믿음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내가 이 믿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정말 세례를 받은 수많은 이들이 세례가 아무것도 아니네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말씀을 믿고 새기고 실천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지킨 결과, 오늘날까지 교회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그 신비의 현장에 있으며, 그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본당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매일 미사 봉헌과 기도를 하고 있으며,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오늘 독서에서 나오는 에페소서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사도 바오로께서는 에페소 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사도 20,24)
우리가 비록 코로나 19로 주춤했지만, 다시 그 신앙의 배에 돛을 올리고 주님을 향해서 힘차게 기쁘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우리와 아주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모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