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과 단순함
오늘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이면서, 복음에서는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와 관련해 복잡함과 단순함에 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세 가지 주제를 동시에 보면 매우 복잡합니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이야기하면 될까? 상징으로 표현하면 될까? 한 문장으로는...
하느님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것을 설명하려면 하나씩 나눠서 설명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 따로,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 따로 나눠야 합니다. 그러면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는 어떤 가요? 따로 나누면 될까요?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설명하는 데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다는 표현입니다. 이 단순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여기 온 것도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하면 되고, 당연히 성 프란치스코의 행적도 하느님의 섭리였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생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과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더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순한 결론, 단순한 주장, 단순한 설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순하지 않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성 바오로의 경우에는 교회를 몹시 박해하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였습니다. 유다교를 누구보다도 신봉했었습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유교나 불교에 심취해 있던 이였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회심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경우 부유한 생활을 하였고, 전투 중에 포로가 되었으며, 이후 풀려났지만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고 중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회복하면서 회개의 삶을 살게 됩니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경우는 다른 경우이지만, 예수님의 말씀만 놓고 보면 매우 단순한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 말씀을 듣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을 듣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결론은 단순하지만,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루카 복음의 앞의 상황을 같이 살펴야 합니다.
그것은 10장 27절에 나오는 가장 큰 계명의 본보기입니다. 루카에 따르면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리아처럼 행동하는 것이며,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루카는 이웃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말씀을 듣는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이어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핵심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입니다. 다른 일로 하느님 말씀을 듣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주석서)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흔히 복잡한 것은 싫고 단순한 게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단순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가능하게 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말씀을 듣는 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 남을 돕는 일 등을 꾸준히 합시다. 그러면 그 복잡함 속에서 아주 단순한 열매가 맺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주어진 삶이 복잡하다고만 하기 보다는 복잡함을 통해서 주님께 나아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