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이 구절을 그리스어 원문에 더욱 가깝게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자들이 빵들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배 안에 제자들과 함께 있는 빵은 한 개뿐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이 구절을 살펴보면, ‘빵들’과 ‘빵 한 개’가 대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먹을 음식인 빵들을 챙기지 않았는데, 어째서 배 안에 빵 한 개가 남아 있던 것일까요? 도대체 그 빵은 무엇일까요?여기서 우리는 마르코 복음사가가 이 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먹는 빵이었다면 제자들이 “빵이 없다.”라고 말하지 않고 ‘빵이 한 개밖에 없다.’ 하고 서로 수군거렸을 것입니다.제자들과 함께 있는 그 빵 한 개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을 두고 빵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그분께서 바로 누룩 없는 빵 곧 파스카 음식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온전하게 믿어 그분을 누룩 없는 빵으로 받아들이라고 일러 주시는 것입니다.예수님께서도 제자들도 ‘누룩’ 때문에 걱정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걱정과 제자들의 걱정은 전혀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악한 영향력이 미칠까 걱정하시지만, 제자들은 지금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걱정합니다.
같은 말 속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릅니다.하나의 걱정이 영적인 것이라면, 다른 걱정은 육적인 것입니다.
하나의 걱정이 구원과 관련된 것이라면, 다른 걱정은 의식주와 관련된 것입니다.
과연 이 두 가지의 걱정에서 우리는 무엇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겠습니까? 육적인 것에 마음을 써서 우리 안에 계신 빵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