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복음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불평하는 백성에게 불 뱀을 보내 벌하시지만, 구리 뱀을 만들게 하시어 뱀에 물린 사람들이 그것을 쳐다보면 살아나게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21,4ㄴ-9
4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6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11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78(77),1-2.34-35.36-37.38(◎ 7ㄴ)
◎ 하느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
○ 내 백성아,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 입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내가 입을 열어 격언을,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언을 말하리라. ◎
○ 죽이시던 그때서야 그들은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 다시 돌아와, 하느님이 그들의 바위이심을 기억하였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 그들의 구원자이심을. ◎
○ 그 입으로 그분을 속이고, 혀로는 그분께 거짓말을 하였네. 그분께 마음을 굳건히 두지 않고, 그분 계약에 충실하지 않았네. ◎
○ 그분은 자비로우시어,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멸망시키지 않으셨네. 당신 분노를 거듭 돌이키시고, 결코 진노를 터뜨리지 않으셨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 묵상
유아, 어린이, 청소년, 또는 청년이 되어서도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른 길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이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유아는 부모의 말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지 않고 숟가락을 던지거나, 잠을 자야 할 때 놀아달라고 떼를 씁니다.(불평)
이때 부모는 그에 맞는 처신을 하고 긴장 상태가 해소되는 듯 보입니다.
다른 계층 역시 자기 고집을 종종 굽히지 않을 때가 있어 부모와의 마찰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부모와 자녀의 대립은 자녀가 철이 들어야 끝나는 여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먼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대표적입니다.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해달라고 해서, 하느님께서 모세를 보내어 극적으로 탈출시켜 줍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에서처럼,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합니다.
계획 없이 자신들을 광야로 내몰았고, 여기서 굶어 죽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불평하는 그들에게 불 뱀들을 보내고, 물려 죽게 하였습니다.
백성은 이내 회개하고 모세에게 간청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명령합니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간청하고 하느님은 들어주시지만,
그들은 금방 하느님을 불신하며 불평을 드러냈습니다.
믿음이 오래가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과 달리, 아들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8)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였지만, 아들 예수님은 끝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세상 사람들을 심판하시려는 게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아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순종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치욕의 십자가 형벌이 영광이 된 배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왜 십자가에 달려서 돌아가셨는지를 말입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