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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강론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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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5,1-11

고기잡이 기적 –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다(마태 4,18-22; 마르 1,16-20)

예수님이 시몬 베드로를 비롯하여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신 소명 사화는 네 복음서에 모두 실려있다. 그런데 시몬과 그 동료들이 기적적으로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자연이적 사화는 루카복음과 요한 복음에만 나온다. 하지만 루카 복음과 요한 복음은 자연이적 사화가 다음과 같이 다르게 연결된다.

루카: 예수님이 그 일행을 제자로 삼으신 소명사화

요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발현사화(21,1-14)

 

마태, 마르: 예수님이 베드로와 그 일행을 제자로 삼으신 소명사화가 간략하게 소개

루카: 소명사화가 매우 복잡

 

마태 마르: 예수님이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시다가 두 어부 형제를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시자 그들이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한다.

루카: 먼저 예수님이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치시고 이어서 밤새도록 고기를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고 말씀하시자 베드로가 그 말씀대로 하여 그물일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자 그 말씀을 들은 어부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한다.

 

루카: 시몬이 부르심을 받기 전에 장모가 예수님으로부터 치유를 받았고, 예수님을 통해 기적적으로 고기를 많이 잡게 된 것을 경험한 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으로 보도함으로써 예수님의 이적이 어부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준다.

 

마태 마르: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즉시라는 순종을 강조)

루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소유의 포기를 강조)

 

참고문헌: 유충희_<루카 복음>


루카 복음의 저자는 사도행전 저자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성서학계의 정설입니다. 처음부터 복음서 저자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사도행전에서 활약하는 인물이 둘이 있는데, 바오로와 오늘 등장하는 시몬, 곧 베드로가 특별히 부각되어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문학으로 치면,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는 오늘 말씀대로 본다면, 때가 되면 사람을 낚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가 어떻게 해서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을까요?

예수님의 눈빛만으로, 예수님의 말씀으로, 예수님의 행적으로.

루카 복음 상으로는 먼저 병든 장모를 고쳐주신 것을 체험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그는 그분을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에게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그는 제자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로는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명령하십니다. 시몬은 이때 아마 지금은 시간상 더 고기가 안 잡힐 것이지만 스승님 말씀에 따르는 척합니다. 그러자 고기잡이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때 시몬은 예수님에게 자신을 떠나 달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이상한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무엇인지 모르지만 두려웠던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면 좋을 것 같은데, 신적 체험은 두려운 감정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죄가 많으면 더 그러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 번째에서도 그는 정반대의 말씀을 예수님께 드립니다.

네 번째로는 예수님께서 그러한 시몬에게 이렇게 이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제 그와 동업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어떻게 해서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을까요? 아니 어떤 단계를 거쳐서 따르게 되었나요? 첫째는 병든 장모의 치유 체험이고 둘째는 가르침을 들었고 셋째는 고기잡이 기적 체험이고 넷째는 예수님의 예언과 같은 말씀을 통해 따르게 됩니다. 시몬은 어찌 보면 예수님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렇게까지 했는데 따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시몬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그렇게 부르셨던 것입니다. 시몬은 대표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 말은 복음에서 시몬은 우리 각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2000년 훌쩍 지나서 지금 여기 우리에게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그렇게 부르셨습니다. 

언제부터요. 잉태된 순간부터. 언제까지요. 주님 품에 안길 때까지  

 

다음의 말씀을 잠시 묵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