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얇다', '팔랑귀다'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들은 남의 말을 쉽게 믿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표현은 남을 잘 신뢰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단점으로는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성향의 사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단, 믿은 후에는 변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신앙 초기에는 이런 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살아오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의심이 많아졌다. 한 번, 두 번 속다 보면 아무 사람 말을 덥석 믿기보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순수함의 손상(?)이라고 할까. 좋은 말로는 똑똑해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면이 신앙에서는 자칫 해가 될 수 있다.
오늘 복음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껴야 부활을 믿겠다는 토마스 사도가 나온다. 이분이 부활 이후 "나는 그분의 손에 잇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씀하시는 덕분에, 더딘 믿음을 가진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부활이 주는 의미를 확실히 깨닫지 못하겠다. 토마스 사도가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한 고백인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의 의미가 온전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부활이 가장 최우선인 것 같은데, 더디게 다가온다. 사도 토마스처럼 주님 뵙고 감각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부활의 신비와 구원의 신비를 더욱 깊이 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청하고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베드로 사도는 생생한 희망, 영원한 상속 재산, 믿음의 순수성, 영혼의 구원이라는 용어로 부활이 가져다는 은총을 설명하고 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의심을 버리고 믿어야 한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