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된 이스라엘은 그 땅에 사는 이들이 믿는 우상의 유혹에 맞닥뜨렸다. 바알(비와 바람의 신)과 아세라(다산의 신)라는 두 신은 큰 유혹이었다. 유목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넘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농사에 필요한 비와 자손과 가축은 농경에 필수 요소였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국가의 흥망성쇠가 신이 강한지 안 강한지에 달렸다. 이스라엘은 하느님보다는 주변 민족의 신이 더 강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이민족의 핍박과 우상 숭배의 유혹으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갔다.
기드온 이야기는 이스라엘이 미디안족에게 핍박받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불충했던 결과라고 말한다(판관 6,1-10). 밀을 빼앗길까 두려워 커다란 통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밀을 타작하던 그에게 천사가 나타난다.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판관 6,12).
기드온을 부르시는 이야기에는 아브라함, 야곱, 모세, 엘리야 등의 인물과 얽힌 장면들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이를 돌려세워 주님의 도구로 부른다는 점(모세), 주님이 나타나신 곳에 제단을 쌓는다는 점(아브라함이나 야곱), 불이 나와 제물을 삼켜 버린다는 것(엘리야). 뒤이어 바알의 제단을 헐고 아세라 목상을 잘라 버린 이야기(요시야 임금의 개혁), '바알은 그에게 맞서 자신을 옹호하라.'는 의미의 '여루빠알'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 장면(야곱). 미디안족과 아말렉족의 위협 앞에서 소명을 받은 그가 이적을 통해 확신을 청하는 장면(모세). 양털을 가져다 놓기 전에 '제가 한 번 더 아뢴다고 노여워하지 마십시오.'(아브라함)
약한 이, 작은 이를 통해 큰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역사는 미디안족과 전투 이야기에서도 이어진다. 삼만 이천의 군사가 모이는데, 하느님은 그 수를 삼백 명이 될 때까지 줄이라고 하신다. 그들 앞에 모인 적군은 십삼만 오천이다. 300대 135,000. 그들이 가진 것은 '양식과 나팔뿐'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이들은 적진을 향해 다가간다. 횃불과 나팔만이 그들의 무기였다. 더불어 주님께서 그들을 위해 싸워 주신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들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주님과 기도온을 위한 칼이다."(판관 7,20).
주님께서 '저들을 우리 손에 넘겨주셨다'는 믿음과 '주님의 영이 기드온과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그들의 유일한 무기였다.
대승리를 거둔 기드온에게 유혹이 다가온다. '당신과 당신 자손이 우리를 다스려 주십시오.'(판관 8,22). 그러나 기드온은 조용히 물러난다. '여러분을 다스리실 분은 주님이십니다.'(판관 8,23) 그는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가져오신 분이 주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제의 제의인 에폿을 만들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느님과 함께 걷는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