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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말씀묵상

2020년 3월 20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호세 14,2-10; 마르 12.28ㄱㄷ-34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와 첫째가는 계명에 관하여 대담을 하십니다. 먼저 율법 학자가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라 대답하십니다. 그러자 율법 학자는 예수님 말씀에 동의하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간이 쌓아온 문명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더불어 종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공적 미사는 중단되었습니다. 문명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종교의 위기 곧 예배에 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인지.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웃을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계명을 지키기 위해 주일 미사 참례와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주일 미사 참례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계명을 지키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하느님을 흠숭할 방법이 차단되었습니다. 더욱이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물어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두는 것이 다른 이를 지키는 일이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어쩌면 한 가지 방법만이 전부였고 그것은 소위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지키지 못하면 고해성사를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특이하게도 유독(?)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를 단순화하자면, 우리는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상위의 가치(?) 또는 본질은 율법 학자가 말한 것처럼,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사랑하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히 거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행하는 이유가 사랑에 기반한다는 진리입니다. 

오늘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그리스도인에게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정말 우리가 무슨 이유로 신앙생활을 헤애 하는지를 던져주는 기본적인 화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미사를 정말 어떻게 대했고, 하느님을 어떻게 대했고, 이웃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말씀에 비추어서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