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복음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날이 밤도둑처럼 올 것이니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자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권위 있는 말씀으로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에게서 그 더러운 영을 몰아내신다(복음).
제1독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함께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5,1-6.9-11
1 형제 여러분,
그 시간과 그 때에 관해서는 여러분에게 더 쓸 필요가 없습니다.
2 주님의 날이 마치 밤도둑처럼 온다는 것을 여러분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3 사람들이 “평화롭다, 안전하다.” 할 때,
아기를 밴 여자에게 진통이 오는 것처럼
갑자기 그들에게 파멸이 닥치는데, 아무도 그것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4 그러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어둠 속에 있지 않으므로,
그날이 여러분을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6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
9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노의 심판을 받도록 정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을 차지하도록 정하셨습니다.
10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살아 있든지 죽어 있든지
당신과 함께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11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1독서 요약
주님의 날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다. 깨어 준비하자. 그러면 예수님을 통하여 구원을 차지할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
화답송
시편 27(26),1.4.13-14(◎ 13)
◎ 저는 산 이들의 땅에서 주님의 어지심을 보리라 믿나이다.
○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 ◎
○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 ◎
○ 저는 산 이들의 땅에서, 주님의 어지심을 보리라 믿나이다.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 ◎
복음 환호송
루카 7,16
◎ 알렐루야.
○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나셨네.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
◎ 알렐루야.
복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 고을로 내려가시어,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32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33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34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35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
36 그러자 모든 사람이 몹시 놀라,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하며 서로 말하였다.
37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1.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이 이적사화는 루카 복음에 나오는 21개의 이적 가운데 첫 번째 이적이다. (정확히는 첫 번째로 소개한 이적이다)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들 가운데 어떤 것이 첫 번째인지를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렵다.
2. 카파르나움에는 세관, 병영, 회당이 있었다. 이곳에는 시몬 베드로의 본가 또는 처가가 있었는데, 예수님은 그 집에 머무르시면서 갈리래아 호수 일대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회개를 촉구하셨다. 그러나 카파르나움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았다(마태 11,23; 루카 10,15).
3. 예수님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일이 마귀 축출과 관련 있음을 의미한다.
말씀 묵상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루카 4,34)
1. 서로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
+ 찬미 예수님
최근에 저는 『휴먼카인드』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부제는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입니다.
인간 본성의 측면에서 보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과는 약간 대조적인 면이 있는 책입니다.
다만 공통적인 면은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상부상조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한 바로는 『휴먼카인드』의 저자는 역사나 매스컴을 보면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비율로 보면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라 선한 본성이 주류라는 주장입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책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본성이 선하므로 남을 믿으며 살아가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좋고, 그래야 희망적이라는 주장에 있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남을 믿기보다는 경계하는 쪽이 강합니다. 의심하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신뢰를 기반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비용과 노동력이 투입됩니다.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 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믿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2.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의심하고 경계하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본인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오늘 복음에서처럼 이적을 보고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늘 복음이 이루어진 장소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인데, 카파르나움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수많은 이적을 행하시며 회개를 촉구하셨지만 믿음과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죠. 하느님의 아드님이 오셨고 오늘 복음에서는 마귀들의 입을 통해 선포되고 있지만 회개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마치 이것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나는 현대 의학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받기를 거부하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것을 초월한 분이시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영역, 곧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것인데 상대화시켜 믿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적대자들에게 정 믿지 못하겠거든, 당신이 그동안 한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
오늘 복음의 구마 이적은 더러운 영에게 붙들려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고쳐주신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자렛에서 설교하신 말씀에 따라 더러운 영에게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자유롭게 하는 일을 하신 사건입니다. 곧 마귀 축출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귀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지배하고 조종합니다. 마귀 들린 이는 마귀에 의해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귀는 인간과 하느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 선포에 있어서 마귀를 쫓아내는 일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마귀가 활개를 치면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 펼쳐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활개를 치면 인간이 자유롭게 하느님 뜻대로 살아가기가 어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루카 복음 사가는 구마 이적 사화를 첫 번째 이적으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믿음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외부의 존재를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물리치시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임을 믿으라는 것이겠죠.
실천
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라야 구원을 받습니다. 그래야 죄의 유혹과 악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빛의 자녀이기에 맑은 정신으로 깨어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미 믿고 실천한 바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이 되고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