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웠다는 것을 무화과나무 혹은 모든 나무의 모습을 빗대어서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의 초점은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로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무화과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늦게 잎을 내기 때문에
무화과나무에 잎이 돋는다는 것은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징조입니다.
잎사귀가 여름이 가까운 것을 알리는 전조이듯이, 11절과 25절에서 언급한 재림의 전조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것을 알리는 전조가 됩니다.
이번 주간 내내 복음을 듣고 있으면 분명 언제가 무슨 일이 있겠구나 하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죽기 전에 종말을 목격할 줄로 믿은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말씀은 초기 그리스도들의 염원이나 믿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스텔라》라는 영화가 예전에 개봉했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병충해로 인한 식량난과 끊임없이 불어 닥치는 모래바람 속에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탐구와 사유를 중단하고, 눈앞에 닥친 재해와 기근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 쿠퍼와 딸 머피는 중력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이미 사라져버린 줄만 알았던 NASA로 향합니다. 새로운 행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만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길임을 알게 된 쿠퍼라는 주인공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남겨두고 우주로 갑니다.”(오마이스타)
영화의 결론은 주인공의 희생 덕분에 인류의 후손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로 인해 인류 멸종이 비껴간 것이죠.
아버지의 사랑이 전인류를 구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사랑으로 모두가 살게 됩니다.
이는 마치 거의 종말이 다가왔지만 희생과 노력으로 극복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전례력으로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에 나무가 등장하는데, 우리는 종말과 관련해서는 스피노자의 격언이 익숙합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지만, 종말은 두렵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이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줍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는 이 말씀이 부활과 영원한 삶을 가리킨다고 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죽기 전에 부활하리라는 염원이 있었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이루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믿음 덕택에 주님과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박해를 견디어 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현재를 어떤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주인이 늦게 오니, 아무렇게나 살자. 포기하자. 대충대충 살자."
아니면,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준비하고 기대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지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대재앙이 올지라도, 예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늘 간직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성경/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