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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강론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이번주간에 저희가 듣는 복음은 우울한 내용입니다.

종말의 전조들과 제자들이 겪게 될 박해에 대한 언급, 그리고 예루살렘 멸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멸망을 겪고, 박해를 겪고, 혹은 전쟁이나 대재앙을 겪은 세대에게 이러한 내용들이 훨씬 더 와 닿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그들과 같은 마음이 들지 의문이 듭니다.

 

다소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백신이 전 세계에 보급이 되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또 다른 감염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감염병 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러한 방역수칙에 대해서 점점 둔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감염병 대유행의 시기라는 것을 놓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치 코로나 19 이전처럼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약 9개월의 시간은 과거를 잊게 만드는데 충분했던 것이죠. 안전 불감증과 같이, 코로나 19 불감증으로 살아갈지 모릅니다. 

그러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2000년 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크게 와 닿을까요?

코로나 19를 대하는 마음이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 옛날의 이야기는 더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오늘 말씀을 무시해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처럼, 우리는 오늘 말씀을 멸망과 저주 보다는 희망과 기쁨의 말씀으로 알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70년에 예루살렘은 파괴되었지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하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믿음의 길에 등불로 여겨야 합니다. 동시에 나의 삶을 성찰해 봐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전례력 나해가 점점 저물어 갑니다. 동시에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요.

월동 준비처럼 왕으로 오실 그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깨어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이 미사 중에 다짐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