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피면 이런 글귀를 마주한다.
하느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하신 분들,
아버지 어머니께 바칩니다.
마침 내일이 어버이날이기도 하다.
책 제목이 생소하다. 뜻을 찾아보니, "손이나 발가락에 생기는 급성 화농성 염증"이라고 한다. 저자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생인손을 앓아 손톱이 빠지고 나면 여리디 여린 분홍색 손톱이 새로 납니다. 그 홍조를 띤 새 손톱이 어찌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겠는지요?"
이 책은 책에 써있는 그대로 '가슴으로 읽는 성경 에세이'다. 구약 성경의 중요 꼭지를 일상(삶)과 연결해서 정말 물 흐르듯 기술하고 있다.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삶과 세상을 바라보면서 성경과 연관해서 하느님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방식이 탁월하게 느껴졌다. 마치 성서의 그 인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것과 같았다. 한 편의 드라마, 혹은 만화책을 읽은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매우 힐링이 되는. 나중에 휴가 갈 때 가져가서 또다시 읽어봐야겠다.
마음에 드는 구절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거리두기'와 관련해서 이 책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며칠 전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떠오르는 태양을 본 적이 있다. 붉다고도, 빨갛다고도 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이 신비한 태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저 태양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와 내가 '떨어져 있기 때문' 임을 깨닫게 되었다. 반짝이는 별, 부딪히는 파도, 멀리 있는 섬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들과 내가 사실은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태양 안에, 별 안에, 바닷물 속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거리를 둔다는 것'은 일종의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는 것들의 본질과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그리고 그것들을 오래도록 지키게 하는 창조적 힘임을 나는 그 새벽, 고속도로 주변 자리에서 소중히 깨달을 수 있었다."(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