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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말씀묵상

2020년 3월 24일 화요일 사순 제4주간

에제 47,1-9.12 <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네. 그 물이 닿는 곳마다 모두 구원을 받았네(파스카 성야 세례 서약 갱신 후 따름 노래).>

요한 5,1-16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었다.>

 

6 예수님께서 그가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7 그 병자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8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9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

 

복음 사가들이 각자의 편집 의도를 지니고 치유 이적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을 것이다. 또한 복음 사가들은 예수님께서 다른 이들과 달리 방법적으로 다르게 이적을 일으킨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일단 아픈 이의 상황을 아신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사연을 듣고 그의 믿음을 아시고 당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아픈 이를 고쳐주신다. 또한 죄의 용서도 동시에 일어난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벳자타 못가의 병자는 예수님의 건강해지고 싶으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나 같으면 "건강해지고 싶어요."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평생을 하느님을 믿고 위와 같이 답했던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의 현존과 치유 능력을 믿었던 것이다. 그는 그가 들었던 대로 믿었던 것이다. 벳자타 물이 출렁거릴 때 하느님께서 치유해 주신다는 것을 말이다. 우직하면서도 신념이 강한 믿음이다. 그러면서 남에 대한 원망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알아봐 달라고 청하는 듯 보인다. 꼭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것 같다.

 

요한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고유한 방식으로 남을 치유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 병자의 처지와 믿음을 아시고 다가가셨을 것이다.

 

복음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믿고 기다리면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오신다는 사실이다. 다만 언제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다가 지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친다는 것은 죄를 짓고 넘어진다는 뜻이다. 하느님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종식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의 믿음 또한 나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벳자타 못가의 병자의 믿음이 오늘날 더욱더 절실해진다. 그는 서른여덟 해나 한결같이 주님을 기다렸다. 그러면 40일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주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놓지 말고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