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론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Priest 2021. 8. 17. 22:52

독서와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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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초대

스켐의 지주벳 밀로의 주민이 모여 아비멜렉을 임금으로 세우자 요탐가시나무의 우화를 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맨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똑같은 품삯을 준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들어 하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여러분의 임금이신데도 “임금이 우리를 다스려야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소(1사무 12,12 참조).>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9,6-15
그 무렵 6 스켐의 모든 지주와 벳 밀로의 온 주민이 모여,
스켐에 있는 기념 기둥 곁 참나무 아래로 가서 아비멜렉을 임금으로 세웠다.
7 사람들이 이 소식을 요탐에게 전하자,
그는 그리짐 산 꼭대기에 가 서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스켐의 지주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그대들의 말을 들어 주실 것이오.
8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임금을 세우려고 나무들이 길을 나섰다네.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고 올리브 나무에게 말하였네.
9 올리브 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0 그래서 그들은 무화과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11 무화과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이 달콤한 것, 이 맛있는 과일을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2 그래서 그들은 포도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포도나무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네.
‘신들과 사람들을 흥겹게 해 주는 이 포도주를 포기하고
다른 나무들 위로 가서 흔들거리란 말인가?’
14 그래서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그대가 와서 우리 임금이 되어 주오.’ 하였네.
15 가시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대답하였네.
‘너희가 진실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나를 너희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면 와서 내 그늘 아래에 몸을 피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가시나무에서 불이 터져 나가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삼켜 버리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1(20),2-3.4-5.6-7(◎ 2ㄱ)
◎ 주님, 임금이 당신 힘으로 기뻐하나이다.
○ 주님, 임금이 당신 힘으로 기뻐하나이다. 당신 구원으로 얼마나 즐거워하나이까! 당신은 그 마음의 소원 이루어 주시고, 그 입술의 소망 내치지 않으셨나이다. ◎
○ 은혜로운 복으로 그를 맞이하시고, 그 머리에 순금 왕관을 씌우셨나이다. 그가 당신께 살려 달라 빌었더니, 영영 세세 긴긴날을 주셨나이다. ◎
○ 당신 구원으로 그 영광 크오며, 당신이 존귀와 영화를 내리시나이다. 그를 영원한 복이 되게 하시고, 당신 앞에서 기쁨이 넘치게 하시나이다. ◎

복음 환호송

히브 4,12 참조
◎ 알렐루야.
○ 하느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
◎ 알렐루야.

복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3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4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7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9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10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11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12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14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15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16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 연구(신약성경 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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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 시간과 상관 없이 차등 없이 한 데나리온씩 품삯을 지불
  • 구원에 있어서는 무차별주의
  • 한 데나리온으로는 납작하고 작은 빵 10-12개를 살 수 있었다.
  • 늦은 시간까지 일꾼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아 포도밭의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포도밭에서의 수확은 보통 심판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앞선 단락이 사람의 아들의 심판 장면을 다루는 맥락에 비추어 보면, 심판이 그만큼 임박해서 수확할 일꾼이 많이 필요했음을 암시다(9,37-38).
  • 교부들은 여러 일꾼들이 서로 다른 시대에 세상에 태어나 의롭게 산 사람들을 나타내며(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다섯 시 이전에는 유다 백성을 불렀지만 다서 시에는 다른 민족 사람들을 불렀고, 우리는 마지막 때인 여섯 시에 살고 있다고 풀이한다(마태오 복음 미완성 작품).

말씀 묵상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마태 20,15)

어떤 심리학자가 한국인의 특성에 관해서 설명하는 강연이 있어서 보았는데,

한국인의 특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마음과 행동을 별개로 본다.

2. 관계 지향적이다.

3. 주체성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특성이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은 선한 포도밭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가 뜻하는 바는 하늘 나라가 하느님의 자애로운 호의로 모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비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갈등이 발생합니다. 먼저 일한 일꾼들이 보기에 포도밭 주인의 처사가 부당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노동 시간과 품삯이 정비례하지 않고 노동 시간과 별개로 일정하다는 것에 의문을 품습니다.

일당이 균등한 것에 반감을 갖습니다. 그들의 생각은 그렇게 일당을 주실 것이었으면 누가 먼저 일하겠느냐는 주장과 같습니다. 마치 본인들이 손해를 본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서두에 한국인의 특성을 말씀드렸는데, 비유에 등장한 일꾼들 또한 위와 같이 문제제기를 한 것을 보면 주체성 측면에서 한국인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심리학자의 강연에서 한국인은 주체성이 강하다고 하면서,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자리에서 남이 나보다 주인공이 되면 기분이 상하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가 대학에 합격해서 밥을 사는데, 어떤 사람이 늦게 와서 자기 자녀는 더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면 그 순간 밥 사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늦게 온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데, 밥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이 선한 포도밭의 비유에서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많이 일한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받아야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곧 내가 그만큼 더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과 인정을 그는 원했습니다. 최소한 주인이 자신을 더 인정해 줘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했다면, 마음과 행동을 별개로 보는 한국인처럼, 주인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입니다. 


실천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선한 포도밭의 비유는 구원에 있어서는 선후라는 양적인 '노력'보다는 지금의 '믿음'이 앞선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인의 관점에서 구원을 혹시 하느님께 대한 관심과 인정 차원으로 생각해서

많이 기도하고 많이 성당에 나와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보상의 개념으로 

아니면 경쟁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이런 가정을 해 봅니다.

'하늘 나라 잔치에서 혹시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속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만 하느님께 사랑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선한 포도밭 주인의 자애를 본받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