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제7일
+찬미 예수님
오늘 독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녀 여러분, 지금이 마지막 때입니다.”(1요한 2,18)
물론 오늘 독서는 오늘이 12월 31일이기 때문에 이 구절을 선택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우연이도 올해의 마지막 날에 저는 이 구절이
올해 날짜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방금 제가 언급한 요한 1서 2장 18절은 역사의 ‘마지막 때’를 가리킵니다.
누구에게는 인류 역사의 끝이지만,
믿는 이에게는 주님께서 영광스럽게 재림하시는 날입니다.
요한 1서의 저자는 이 진리를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스도의 적들’처럼 교회를 떠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다사다난했습니다.
그런 올해에 관해 사자성어로 제 나름대로 정해본다면
부동의 1위는 ‘돌밥돌밥’이고,
2위는 ‘다돌려놔’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초기에 코로나 19를 너무 쉽게 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 19를 만나기 전 우리 모습으로 다 돌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2020년은 어릴 때 기억으로는 만화영화에서처럼
우주를 여행할 것만 같았던
그래서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2020년은 감염병 대유행과 홍수로 우리는 ‘홍역’을 앓았습니다.
어릴 때 상상한 미래가 현실과는 많이 달랐고
‘마지막 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한 예로, 사제관과 성당 곳곳에는 누수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당 신자들 그리고 청소년, 어린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정말 ‘마지막 때’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둠과 같은 해였습니다.
이런 위험한 생각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청소년과 청년들이 참빛을 떠나는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사는 인격적 만남을 전제로 하는데, 비대면이라는 방식은 그간 보조적인 수단이었지
인격적 만남을 대체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을 묵상해 보면 하느님께는 불가능이란 없다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참빛은 어둠을 뚫고 이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어둠이란 구세주에 대한 인간의 외면, 하느님에 대한 거부와 같습니다.
참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세상은 어둠 속에 갇혀 알아보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그분의 백성은 참빛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그분은 그것과 상관없이
이 땅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이러한 우리들을 위해서 내려오셨습니다.
그것을 요한 복음 1장 14절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절대 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삶의 실패, 절망, 더 나아가 구세주에 대한 멀어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분명 이 시기는 하느님께서 극복할 수 있도록 인류에게 지혜를 주실 것이고,
인류는 그 뜻에 따라서 힘을 모을 것입니다.
분명 오늘도, 내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베푸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사랑의 계명을 지키며 내년을 잘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더 좋게 이 세상을 돌려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