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상재상서

Priest 2020. 11. 5. 18:41

부제 때 쓴 리포트다.

우연히 발견했다.


상재상서에 관한 분석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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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재상서󰡕를 읽고 개인적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제일 먼저 “진리와 덕행은 영혼의 양식입니다.”라는 표현에서는 영혼을 살찌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신유년(辛酉年:1801)을 전후(前後)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으면서도 천주교의 기원과 전통을 조사해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역사에 남는 사회적 현상은 대부분 한 가지 원인으로 촉발되는 경우는 드물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그러한 사회적 현상이 일어났다. 신유박해 역시 단순히 한 가지 원인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상적ㆍ정치적ㆍ사회구조적ㆍ교리적인 원인으로 박해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후대의 역사가나 학자들이 이에 대해 연구하였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도 박해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에 대한 근거는 “천주교의 기원과 전통을 조사해 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라는 문장에 발견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목숨은 귀중하다. 그런데 천주교를 믿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 놓고 천주교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오늘날 사회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신유년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으면서도 그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했는지를 조정에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그런 것처럼 ‘용산 참사’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으면서도 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습은 다르지만 그 속성은 비슷하다는 것을, 즉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하늘이 주신 것을 성(性)이라 하는데 이것은 하늘이 우리가 태중에 있을 때 불어넣어 주신 것입니다.”라는 문장에 관한 것이다. 이 문장은 누구에 의해 영혼이 인간 육체 안에 자리잡게 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 논리를 더 확대 해석하면 영혼이 어느 시점에 인간 안에 전이되는지를 이 문장 안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한편, 부록에서 볼 수 있듯이, 조정과의 갈등 요소인 제사와 신주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에 󰡔상재상서󰡕를 통해서 박해철회라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재상서󰡕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상재상서󰡕를 통해 정하상은 개인적으로는 신앙의 열정과 높은 경지의 교리 지식을 조정과 세상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천주교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인 서술로 천주교를 변호하고 천주교의 교리를 정확히 알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교회적 차원에서는 확고한 교회관의 확립과 그 당시 교회의 교리와 신앙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었다.

  끝으로 󰡔상재상서󰡕는 비록 짧은 글이지만 󰡔천주실의󰡕와 󰡔영언여작󰡕 내용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었다. 방대한 내용을 이 짧은 글에 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 정하상은 간결한 문체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추려 자신의 의사를 이 짧은 글 안에 개진하고 있다. 시대가 박해상황이다 보니 그는 이 글을 쓰면서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작성했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 그가 혼신을 다해 썼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이 글을 읽노라면 그의 냉철하면서도 논리적인 이성과 신앙의 자유를 갈망하는 뜨거운 열정이 본인에게 전해지는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