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성령의 현존과 기도
Priest
2020. 8. 25. 10:18
기도는 성령의 현존에 온전히 침잠된 상태에서 영혼으로 성령의 활동을 느끼는 은총의 시간이다.
장황하게 이것저것을 청하고, 자신을 힘들게 하거나 미운 사람을 욕하고, 아무 생각 없이 기도문의 내용만 반복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는 것과 같다. 이런 기도 후에 느낌이 없다고 말하면서 한층 더 강력한 기도문을 찾는다면, 큰 소리로 떠들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도의 출발은 비움과 고요를 성령께 청하는 것이다. 많이 청하기보다 많이 비우고 고요해지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기도의 첫 훈련일 수 있다. 소원을 말하기보다 침묵 가운데 사랑의 하느님이 나를 온전히 사로잡고 내게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시길 청하며, 내 안에서 친히 활동하시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기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