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론

성 토마스 사도 축일

Priest 2020. 7. 3. 10:00

오늘은 성 토마스 사도 축일입니다.

아람어 이름이 ‘토마’인 그는 그리스어로 ‘디두모스’, 곧 “쌍둥이”라는 말과 함께 나옵니다. 토마스는 요한 복음서(20,19-31)에서 나타난, 곧 그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지 못한 이야기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여러 외경들이 토마스를 저자라고 주장하는 데서 그가 얼마나 유명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작품들 가운데 <토마스 행전>(3세기) 이외에 콥트 어로 쓰인 <토마스 복음서>는 1945년에 이집트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은 예수님의 말씀 114구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는 신약 성경에도 나오는 것이지만 다른 일부는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예수님 자신에게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세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성인열전>은 토마스가 인도에서 죽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인도에서는 오늘날에도 지역의 한 가톨릭교회가 토마스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서에 의하면 (다른 복음서에서는 토마스를 열두 사도 목록에서만 언급함) 토마스의 마음에서 ‘의심’이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은 다른 본문들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다 지도자들의 적대감을 잘 알고 계시면서도 친구 라자로의 시신을 보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셨을 때도 토마스는 다음과 같이 빈정거리듯 말합니다.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11,16) 그의 의심은 긴장감이 무겁게 깔렸던 그날 저녁에 더욱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하시고 난 뒤,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고 계실 때입니다. 요한은 그 장면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아버지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이때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시면서 그에게 답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14,2-9 참조)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의 물줄기는 그리스도의 죽음 뒤에 그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여드레 뒤, 생전의 예수님과 최후의 만찬을 했던 곳에서 토마스는 부활하신 분으로부터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는 말씀과 함께 그분의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대 보고 그분의 상처 난 옆구리에 손을 뻗어 넣어 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독일 베를린 근처 포츠담에 있는 상수시(Sanssouci) 화랑에 소장된 그림(1600/1601)에서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상처 난 옆구리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 토마스의 모습을 강렬한 터치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토마스는 아름답고 절절한 신앙 고백을 토해 내고 말았습니다. 예전 신부님들이 성체를 축성하신 다음 들어 올리실 때 반복하라고 배웠던 그 고백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의심 많은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는 모두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들입니다. 얼마나 행복한 이들입니까?

그런데 만약에 또다시 의심이 생기신다면, 예수님의 십자가상 사건부터 묵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성주간 전례에도 참여해 보시고, 관련 성경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해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성 토마스 사도와 함께 기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행복한 길로 불러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오늘 미사를 이어서 정성껏 봉헌합시다.

 

<토마스의 의심>  1602~1603년, 캔버스에 유채, 107 X 146 cm, 도이칠란트 포츠담 신궁전

참고 문헌: <성경의 인물들>